공헌단 소식

[공헌단] 응암이어서 고마워 [전공연계 사회공헌 교과목 - 동계활동 소개 ②]

2016-02-25l 조회수 4485

 


<전공연계 사회공헌 실천 교과목> 은 제한된 의미의 캠퍼스 중심 교육에서 탈피,
전공 이론과 사회공헌 활동을 연계하여 직접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각 단과대학(원)과 글로벌사회공헌단이 개설 및 지원한 수업이다.

2015학년도 2학기에는 디자인 관리(미술대학), 제품디자인 문화 연구(미술대학), 프로젝트3(치의학대학원),
제조고려설계(DFM, 공과대학), 복지국가의 이해(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사회과학대학) 와 같이
다양한 전공의 교과목에서 사회공헌 활동과 지적 재산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학기 중 뿐만 아니라 동계 방학 동안에도 주변의 이웃과 소통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친 학생들을 소개한다.

*** 두번째 소개할 팀은 디자인 관리(지도교수 정의철) 수업에서 '응암이어서 고마워'를 진행한 돼지천재 이다. ***











응암이어서고마워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동네 단골가게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프로젝트

 

서울의 서북쪽에 위치한 은평구는 낙후된 동네였습니다.
서울 중심지에서 벗어난 만큼, 각종 도시개발도 은평구를 빗겨나곤 했습니다.
제가 어릴적에 살던 연립 아파트 근처에는 무허가 판자촌이 있었고 은평구에서 한강까지 흐르는 불광천은
난지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오수때문에 불광천변 도로를 지나갈때는 차창을 닫아야 할 정도로 악취가 심했습니다.

그랬던 은평구에 도시개발의 바람이 불어온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로 은평구 옆에 위치한 마포구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 하면서 부터 입니다.
악취가 흐르던 불광천이 정비 되고 이마트라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오면서
응암역을 중심으로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거주 지역의 변화와 더불어 문화적으로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전까지 은평구에는 대형 커피 체인점이 단 한개도 없었습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 대형 커피 체인점의 개수가
그 동네가 얼마나 잘사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분석이 뉴스를 통해 나오던 때 였습니다.
스타벅스가 이마트안에 입점하면서 그 주위에 하나 둘씩 대형 커피 체인점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은평구가 정말 ‘괜찮은 동네’가 되었구나 하고 제가 느끼기 시작했던 때가 옵니다.
 
바로 2011년,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에 새절역과 응암역 사이에 위치한 응암로22길에 카페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건 대형 커피 체인점이 아니라 간판조차 없는,
합정이나 상수동 같은 흔히들 말하는 ‘힙한 동네’에나 들어오는 그런 카페 였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카페 ‘커피산책’은
고등학교때 줄곳 동네에 단골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온 저에게는 선물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이내 그곳은 저와 제 고등학교 친구들의 단골 카페가 됩니다.



그리고 커피 산책이 들어오고 머지 않아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펍이 생깁니다.
이것도 동네에서는 소소한 뉴스거리였습니다.
기존에 응암로, 은평구에서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호프나 실내 포장마차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게 였으니까요.
사장님이 지금까지 수집한 음악을 좋은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고,
요리와 칵테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정말 맛있는 칵테일을
싸게 마실 수 있는 곳이 동네에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역시 이곳 또한 저와 제 동네 친구들의 단골 펍이 됩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이 공간들에서 오고 갔습니다.
언제나 골치 아픈, 하지만 그만큼 행복한 연애 얘기도,
그 연애가 끝나면서 울고 불고 하며 내뱉던 원망과 후회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에 대한 고민 등.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어쩌면 은평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들과 그러면서 만들어진 추억들,
이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는 이 소중한 공간들에 각별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5년 2학기에 진행된 디자인 관리 수업에서
마을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제가 응암로22길을 떠올린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최근 2~3년 동안 서울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SNS는 보물찾기처럼 동네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좋은 가게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순기능도 해냈지만,
그것이 불러온 결과는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조용한 동네였던 경리단길은 각종 TV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면서
기존의 거주민들이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기 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거대한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동네에서 놀면 되는 겁니다.
동네에 숨어있는, 100퍼센트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편안한 공간을 발굴해내고
소비를 통해, 혹은 <응암이어서 고마워> 같은 행사를 통해 응원해주면 되는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은평구 주민들에게 지금까지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수준의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이 공간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응암이어서 고마워> 입니다.
 


손님들은 가게에 비치된 엽서에 ‘가게’ 혹은 ‘사장님’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써서 비치된 통안에 넣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엽서는 추후 전시와 출판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전달됩니다.
‘단골 가게’를 가지는 것이 불러오는 거대한 선순환,
즉 단골 가게에서 소비함으로서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지 않고
사장님의 문화적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유지하게 만들고
이것이 불러오는 새로운 동네 문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이 현상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고객과 자영업자의 관계가 주문과 계산이란 절차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음을 환기하고,
프로젝트가 남긴 기억을 매개로 형성된 연대와 은평구의 문화적 풍광을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