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처럼 상쾌했던 이틀
- 1박 2일의 국내 봉사를 마치고
이번 겨울, 필리핀 세부 단반타얀 지역으로 건축 및 의료 자원활동을 가는 서울대-해비타트 봉사단원이 되어 단원들과 희망의 집고치기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단원들 대부분은 건축 작업이 처음이었는데 이번 봉사를 통해 사전경험도 쌓고, 마주보고 밥을 먹으며 서로를 알고 친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침 8시, 한 명의 지각도 없이 학교에 모여 버스를 타고 파주의 집고치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맑고 차가운 겨울 공기가 참 상쾌했습니다. 작업복을 갖추고 모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주의사항을 듣고 시작했습니다.
보통 집고치기는 벽지를 새로 바르고, 장판을 깔거나 푸세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집을 허물고 남은 벽돌과 시멘트 덩어리를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본래 집은 천장이 너무 낮고 전체적으로 내려앉고 있어, 벽 한 면만을 남기고 다 허물어서 새롭게 지었다고 합니다. 집 앞에는 큼지막한 돌들이 쌓여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길이 좁아 트럭이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각종 건축 폐기물과 벽돌을 하나하나 날라야 했습니다. 돌더미에서 트럭까지 모두 한 줄로 서서 마치 연탄 봉사를 하는 것처럼 돌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옮겼습니다. 아주 큰 폐기물은 망치로 부수었고 작은 조각들은 포대에 담아 한 번에 전달했습니다. 움직이다 보니 몸이 조금 따뜻해 졌지만 골목이 그늘져서인지 발은 꽁꽁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공사 후 남은 목재로 피운 불을 쪼이며 몸을 녹였습니다.
벽돌과 폐기물을 가득 실은 트럭이 네다섯 차례쯤 왔다 갔다 하고 나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12시, 점심 시간이 되어 작은 고개 너머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탕수육, 미역, 갈치구이, 고사리무침, 미역국, 부추무침 등 푸짐한 반찬들과 따뜻한 밥까지 든든하게 먹고 1시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오후에는 집의 반대편에 쌓여있는 폐기물을 같은 방식으로 나르는 작업을 했습니다. 일부 인원은 집 내부에 단열재를 붙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단열재 시공은 벽의 치수를 재고 벽보다 약간 작게 석고보드를 재단하여 큰 건축용 스테이플러와 못으로 고정시키는 일입니다. 다들 오전에 비해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요령이 생겨 더 크고 무거운 돌덩이들도 거뜬히 날랐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저희를 기특하게 보신 지역 주민께서 고구마를 구워주셨습니다. 겉은 새까맣게 탔지만 속은 노란 군고구마를 먹으며 단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에 검댕을 묻히며 다시 힘을 냈습니다.
먼지투성이인 현장에서 계속해서 돌을 나르니 코가 답답하고 팔과 허리가 쑤셔 조금 고단하기도 했지만 그 많던 폐기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니 참 할 맛이 났습니다. 점심부터 4시를 조금 넘긴 시각까지 트럭이 여덟 번은 오고 간 것 같습니다. 분명 몇 십 톤은 될 거라며 다들 뿌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지역주민분들께 인사를 드린 후 숙소로 이동
했습니다.
속이 꽉 찬 김치만두와 신선한 배추와 각종 야채가 가득한 전골, 그 국물에 칼국수와 볶음밥까지 저녁으로 먹은 뒤 숙소 연수원에 모였습니다. 단체 행동인 만큼 안전하게 다녀오기 위해서는 규율이 있어야 합니다. 현지에서 지킬 규칙을 우리 스스로 토의를 통해 정리해보고,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마니또 게임을 하기로 하였고, 마지막 날에 있을 지역탐방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진 뒤 간단한 주전부리와 함께 하룻동안 찍은 사진을 보며 친목을 다졌습니다. 늦은 시간, 바쁘신 와중에도 함께 의료 활동을 펼치실 보라매 병원의 오범조 교수님께서 잠깐 들러주셨습니다. 부드러운 인상에 직접 뵈니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었습니다.
모두들 푹 자고, 다음 날 아침에는 헤이리로 이동하여 조별로 다양한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헤이리 곳곳의 독특한 건물과 조형물 앞에서 재미있는 사진도 찍고, 옛날 박물관과 갤러리를 구경했습니다. 포레스타라는 Book카페에 모여서는 활동에 관련된 책을 고르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1박 2일,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틀 동안 서먹했던 우리들이 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심사도, 살아온 환경도, 좋아하는 것도, 나이도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알게 되어, 웃고 얘기하고, 함께 어떤 것을 해낸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사소하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글로벌사회공헌단의 서울대-해비타트 봉사단 필리핀 활동에서도 안전하고 즐겁게 활동해서 의미 있는 결과와 함께 돌아왔으면 합니다.
작성: 최재혁, 박지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