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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헌단] <르포> 지구를 살리자, 미래를 푸르게! - 중국봉사단

2016-08-31l 조회수 4590




<르포> 지구를 살리자, 미래를 푸르게!


- 서울대학교 중국봉사단 -

 



지난 11일(목) 인천국제공항 한 쪽에 남색 티를 입은 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며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곧이어 단체 수속을 밟고 42번 게이트에 모여 베이징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을 반기는 것은 중국의 흐린 날씨였다. 이윽고 봉사단을 태울 버스가 도착했고, 몇몇의 단원들이 나서서 다른 학생들의 짐을 버스에 실었다.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두 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 후 단원들은 바오터우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35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 습기까지 확실히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에어컨고장으로 말썽인 칸도 있었고 중국인 승객들이 복도에 앉아있어 움직이기에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원들은 더위에 불평하기보다 빠르게 각자의 자리를 찾아 짐을 풀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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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터우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은 6명의 공정대학교학생들과 7명의 인민대학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봉사활동의 주 공간인 ‘쿠부치 사막’으로 향했다. 몽골어로 활시위를 뜻하는 쿠부치 사막은 면적이 1만 6100 km²에 달하는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사막이다. 사막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 기자는 물론 다른 단원들도 들떠있었다. 


상상 속의 사막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땅에선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낙타가 다니는 곳이었으나 단원들의 눈앞에 펼쳐진 쿠부치 사막은 상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막 옆으로 큰 포퓰러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사막에도 곳곳에 풀이 가득했다. 미래숲 중국본부 권혁대 본부장은 “나무 한 그루 없던 이곳에 2006년 처음 조림을 시작했는데 그때 심은 나무들이 이젠 하늘 높이 우뚝 솟아있다”며 “여기저기 보이는 풀은 나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자라기 시작한 것으로 이후 새들이 날아오고, 토끼나 여우같은 동물들이 살게 됐다”고 쿠부치 사막을 설명했다.



생물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막의 보통 이미지와 달리 쿠부치사막은 날씨가 맑은 날도 땅을 파보면 젖어있기 때문에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사막화를 방지하고자 이 봉사활동에 참여했지만 가슴 한 켠에 있던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고 한들 과연 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사르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막에서의 사장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넷째 날 부터였다. 물기를 머금은 땅으로 식물이 자라기엔 좋은 환경이었지만 바람이 강해서 이동사구가 있었기 때문에 땅을 고정시켜줄 사장작업이 필요했다. 삽을 든 단원들이 줄을 맞춰 땅을 깊게 파면, 그 홈에 사장을 열 맞춰서 심고, 다시 흙을 덮었다. 땀이 나고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온 모래가 몸을 때렸지만, 3일간 작업해 바둑판모양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니 괜스레 뿌듯했다. 우리가 고정시킨 땅에서 또 다른 나무들이 하늘높이 자라 쿠부치 사막을 푸르게 해주기를 바랐다.

 




9박 10일간의 활동을 크게 ‘사막화 방지’, ‘기술 활동’, ‘교육 나눔 및 포럼’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기술 활동으로 사막 기지에 단원들이 태양광전지, 자전거 발전기, 물 정화 및 순환 시스템을 설치했다. 기지에서 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올해 7월 태양광을 설치하면서부터이다. 이번 기술 활동을 통해 단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지속적인 에너지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해 기지의 환경을 개선하고 단원들이 직접 기계를 설치해보면서 환경문제, 특히 에너지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기술 활동에 참여했던 김수민 씨(화학생물공학부·14)는 “직접 설치를 해보면서 막연하게 이론적 원리만 알고 있던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현실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자 전공 지식과 실제 사이의 연결고리가 생긴 느낌이었다”며 “앞으로는 책에 나온 지식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계점을 생각하면서 공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적정기술'이라는 단어를 멀고 어렵게 느꼈었는데 이렇게 기지에 약간의 전기와 정수 시설을 제공하는 것도 사막의 환경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라는 점에서 적정기술이 꼭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며 “다만 개발도상국의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저렴한 기술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과 공학도로서의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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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중학교와 7중학교를 방문해 교육나눔활동도 진행했다. 중국의 학생들과 우리 봉사단원들이 각자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문화발표, 공정대학생들이 주도한 진로 멘토링, 흡연 등 보건 관련 문제를 이해하고 금연과 올바른 양치질의 필요성을 알리는 보건발표, 중국학생들과 단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육활동 등 많은 활동을 함께했다. 중국어를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울 땐 영어로 얘기하거나,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단원에게 부탁하며 얘기를 나눴다.







 

인민대학교에서 진행된 포럼에서는 서울대와 인민대 학생들이 환경보호, 사회복지, 봉사활동의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인민대학교 tan ruolin학생이 포럼 중 글로벌사회공헌단 안상훈 단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대학생들과 이번에 함께 봉사하며 한국학생들이 해외봉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학교차원에서는 왜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가?” 이에 안상훈 단장은 “여태껏 서울대학교가 사회에 기여했던 것은 지식을 사용하는 수월성이 핵심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시작되며 학생들의 인식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겠다는 쪽으로 바뀌어 현재는 수월성과 공헌성의 양 날개로 사회 공헌에 힘쓰고 있다”고 답해 사회 공헌의 이유를 밝혔다.

봉사활동을 주제로 발표한 신지현 씨(소비자아동학부·12)는 “준비 과정에서 팀원들이랑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고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평소 중국 아동문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포럼에서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중국 쪽의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있어서 만족했다”고 전했다.

 

 

중국봉사단 단원들은 이번 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봉사에 참여한 학생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꽤 많았는데 그중 1조 스태프로 참여한 이철림 씨(기계항공공학부대학원석사과정·15)는 “중국에 있었을 땐 오히려 사막에 가서 조림작업을 하고 식수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없는데 한국에 유학 와서 한국학생들과 함께 중국의 사막에 가서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봉사를 하게 돼 신기하다”며 “중국에서도 학교 차원의 환경보호 봉사활동을 중요시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영도 씨(경제학부·10)는 “봉사는 봉사자가 즐거워야 가장 좋은 봉사라고 생각 한다”며 “이번 중국봉사는 너무나 즐겁게 다녀온 최고의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내몽고의 쿠부치 사막엔 석탄을 나르는 굉장히 큰 차가 다닌다. 사막으로 들어가는 차는 빈차지만 나오는 차는 석탄을 차에 가득 싣고 나온다. 분명 우리는 사막화를 막기 위한 봉사활동을 떠났다. 실제로 사막에서 사장작업과 적정기술, 중국의 학생들과의 교육활동 등 준비해간 많은 것을 나눴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봉사를 시작할 땐 빈 차였던 우리가 봉사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무언가를 가득 채운 차가 된 것은 아닐까. 사막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봄에 잠깐 찾아오는 황사가 지나면 곧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직접 사막에 가서 사장작업을 하고 나무에 물을 주면서 진심으로 모래로 가득한 이곳이 푸르러지기를 바랐다. 40명 정도의 학생들이 나무를 심는다고 하루아침에 사막이 나무로 가득해지지는 않겠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앞으로 잊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언젠가는 ‘여기가 옛날엔 사막이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란 쿠부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글로벌사회공헌단 = 이민경 중국봉사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