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이야기를 표출하는 창구, 장애 인권 동아리 턴투에이블
턴투에이블(TurnToAble)은 서울대학교 장애&비장애 학생 연합 장애 인권 동아리이다. 생긴 지 1년 6개월이 조금 넘은 신생 동아리이지만, 장애 학생과 비장애학생 간의 구분 없이 장애 인권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관정도서관, 포스코 수영장 등 학내 기관 내 장애인 편의 시설 개선 요구부터 장애 인권 정기 세미나까지 활동 폭이 넓다.
이석현(서울대 국어국문학과, 13학번) 턴투에이블 회장과 함께 올 여름 턴투에이블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턴투에이블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턴투에이블은 장애 인권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학내외 장애인 시설 개선과 장애 인권 인식 개선, 이 두 가지를 큰 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만들어진 동아리로 생긴 지 1년 반밖에 안 되었는데요, 사실 그 이전에는 학내에 장애인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턴투에이블은 우선 장애인 학생들의 커뮤니티로 출발하고자 했습니다. 거기에 창립 멤버들 간의 논의를 거쳐,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게 장애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창구가 되자라는 목표를 더했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턴투에이블 문집 <디스에이블> 3호는 어떤 문집인가요?
<디스에이블> 문집은 ‘장애’애 대해 턴투에이블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장입니다. 여름 학기 동안 작업할 <디스에이블> 3호는 ‘장애’라는 키워드가 있을 뿐, 자유 주제입니다. 글의 내용은 턴투에이블에서 활동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느낀점이 될 수도 있고, 장애를 중심 소재로 한 시, 소설, 에세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문집에 들어갈 글 한편을 살짝 공개하자면, 장애인-비장애인 커플이 각자의 시각에서 자신들이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글이 실릴 예정입니다. 제가 3호 문집 편집장을 맡고 있는데, 이 글이 연애 이야기인데다 장애인-비장애인 커플이 흔치 않으므로 현재 가장 ‘핫’한 글인 것 같습니다.
Q. 턴투에이블에서 문집을 내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글쓰기 동아리가 아닌 이상 정기적으로 문집을 내는 건 흔치 않은 것 같은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턴투에이블의 활동은 학내외 시설 개선 요구와 장애 인식 개선이 큰 축입니다. 문집은 후자의 일환입니다. ‘저희에겐 이러한 점이 불편합니다’, ‘이렇게 도와주세요’ 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사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 저희가 각자의 삶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꺼내는 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저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내는 것이 문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턴투에이블은 이번 여름부터 글로벌사회공헌단과 함께 베리어 프리 사업(캠퍼스 내 장애인 편의시설 지도 제작)에 참여합니다. 어떤 사업인가요?
배리어 프리 사업은 먼저 학내 장애인 시설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2015년에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와 턴투에이블이 함께 학내 장애인 시설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그 때 구축한 자료들과 이번 사업에서 추가로 조사할 자료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테마를 정하고, 그에 따라 장애인용 캠퍼스 지도가 제작됩니다. 예컨대, 장애 학생들이 견학하기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장애물이 없는 식당은 어디인지 등을 자세하게 조사하는 것이죠. 그런 다음 예를 들어 ‘전동 휠체어’를 테마로 정하면, 휠체어를 중심에 놓고 휠체어가 쉽게 다닐 수 있는 경로와 장소를 표시하는 지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Q. 턴투에이블은 배리어 프리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요?
턴투에이블은 장애인 시설 조사 가이드 라인 작성 및 시설 조사, 지도 테마 정하기 등의 작업에 참여합니다. 그밖에 지도 제작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피드백을 합니다. 턴투에이블 내에 장애 학생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실용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합니다.
Q. 배리어 프리와 같은 사업이 장애인들에게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나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향상시키는 일입니다. 이동권이라 함은 이동에서의 평등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지하철 역에 휠체어를 타고 출입하는 것이 가능하죠. 원한다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플랫폼에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지하철 역에 연결된 모든 출구에서 지하철에 접근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비장애인들이 모든 출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이동 시설이 설치된 한 두개 출구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장애인의 이동권이란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 얼마나 비장애인과 평등한 정도로 움직일 수 있는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 사업 역시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경로를 조사, 구축하고 그것을 지도로 컨텐츠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지난 1년동안 턴투에이블 회장직을 수행하셨습니다. 지난 활동들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정도서관 옥상 정원을 포함하여 학내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 지난 학기에 장애 인권을 주제로 한 정기 세미나를 계획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턴투에이블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처음에 동아리에 창립 멤버로 참여할 때만 해도 이게 잘 될까 싶었는데, 부원들이 모두 일을 매우 열심히 해주어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7월 말에 회장직을 내려놓습니다만, 다음번 회장님이 턴투에이블을 잘 이끌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글로벌사회공헌단 = 김하늬 소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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